우리는 매일 수많은 공간을 거칩니다. 집에서 나와 아파트들이 하늘을 찌르는 콘크리트 숲을 지나기도 하고, 단독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좁은 골목을 지나기도 합니다. 다양한 공간을 거쳐 우리는 모두는 학교로, 직장으로 갑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무실, 카페, 가게, 공원 등의 다양한 공간을 지나고, 모두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지나친 공간의 영향을 크고 작게 받으며 살아갑니다. 공간이란 사람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입니다. 그릇의 모양에 따라 물이 달라지듯, 공간에 따라 사람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공간이 사람의 인지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상상보다 매우 큽니다. 인간은 공간과 띄우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기 위해 어떤 부모는 시골로 이사를 가고, 어떤 부모는 학습하기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고, 어떤 부모는 숲으로 이사를 갑니다. 부모도 늘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아이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부터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 따라 부모와 아이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살고 활동하는 공간 그 자체가 교육입니다. 주거 공간은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집의 크기보다 집 내부와 외부의 전체적인 환경이 훨씬 중요합니다. 집이 크거나 아이의 공부방이 따로 있거나 좋은 가구 혹은 멋진 인테리어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집 안이 잘 정돈되어 있는지, 색이나 조명이 아이에게 편안한지, 아이가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공간이 적당히 분리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이곳에서 살았을 때 나와 내 아이의 미래가 어떨지부터 먼저 구상해 보는 것이 사는 곳을 정하는 우선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많은 부모가 아이의 성적에 우선순위를 두고 주거지역을 고민하는 데, 이는 사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생각입니다. 주변에 좋은 학교가 있고, 좋은 학원이 있다고 그곳이 최고의 주거지역은 아닙니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인지 능력 향상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녹지 환경이 주변에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도시에 산다고 해도 주변에 녹지가 조금이라도 조성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부란 결국 오랫동안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라, 건강이 늘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은 어떤 부모라도 알 것입니다. 녹지는 아이의 학업 지속에 필요한 많은 조건을 뒷받침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주변에 녹지가 많을수록 사람의 기억력과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공간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건축과 공간을 탐색하는 학문도 있는데 이를 신경 건축학이라고 합니다. 공간에 따라 사람의 사고와 행동이 바뀌고, 업무의 능률과 성과에 영향을 줍니다.
실제로 녹지가 아이의 기억력이나 주의력 같은 인지 기능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합니다. 벨기에 하셀트대학 연구진은 10~15세를 대상으로 녹지가 많은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와 녹지가 적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의 지능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녹지가 많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의 아이큐 점수가 녹지가 적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의 아이큐에 비해 2.6점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녹지가 적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 중에는 아이큐 80 이하가 24명이지만 녹지가 많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 중에는 아이큐 80 이하가 0명이었다. 또한 집중력 부족, 공격적 행동 등에 대한 문제를 측정한 결과에서는 거주지의 녹지율이 3% 증가할 때 문제행동의 점수가 2점 감소했습니다. 이것으로 녹지가 아이들의 인지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녹지에 노출되는 것이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또한 정신적, 심리적 안정과 함께 창조적인 활동 능력의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녹지는 주변의 아스팔트로 덮인 지역보다 미세먼지와 소음도 적으며 아이들이 다양한 미생물과 접촉하는 기회까지 제공하는데, 이 모든 것들이 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어린 시기에 자연과 충분히 교류하며 자랄 경우 뇌가 잘 발달하고 이후의 평생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드는 이유는 물론 다양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도시에 사는 내 아이를 어떤 환경에서 키워야 하는지, 앞으로 내가 사는 도시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도 면밀하게 고려해 봐야 합니다. 적어도 녹지가 아이의 인지 능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자각했다면, 녹지가 있는 환경에 시간을 내어 일부러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여보는 것도 아이에게 매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녹지는 사람의 주의력과 집중력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학교 창문으로 시멘트 건물이 보일 때보다 나무나 산이 보일 때 집중력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녹지와 가까운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도시의 소음이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연스럽게 행동반경이 넓어져 운동 빈도가 높아지는 등 다양한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평소 자연을 가까이하는 생활이 몸과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겠지만, 녹지가 실제로 우리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 사례가 놀라울 정도로 많습니다. 지금 아이가 생활하는 주변 환경에 녹지가 없다면 찾아나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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