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디자인과 긍정의 관계

완성된 건축물은 누군가가 내린 결정의 결과물입니다. 그런데 건축물의 형태와 내부 등이 모두 결정되기 전에 결정권자가 과연 많이 고민하고 진행을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어디에 어떤 건축물을 지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결정이 앞으로도 여러 세대에 걸쳐 수백만 명 이상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주변 환경에 따라 사람들의 일상은 달라지고, 또 주변 환경에 어떤 건물과 어떤 디자인이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일상생활에도 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좋은 디자인이 만들어내는 장소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또 긍정적인 감정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건축물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건축 디자인에 기꺼이 투자합니다. 공공기관도 예술적으로 가치 있는 작품을 위해 유능한 건축가를 선정합니다. 하지만 건축업자들은 디자인을 배제한 채 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자인이 뒷전으로 밀리는 이유는 건물의 기능만을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건축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험이나 추억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건축물의 디자인은 안전이나 기능과 비등하게 우선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공공정책과 시장경제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경시하기도 합니다.

건축물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인 무관심은 우리의 삶을 갉아먹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아이들의 행복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주변 환경은 아이들을 똑똑하게, 멍청하게, 부드럽게, 날카롭게, 무기력하게, 활기 있게도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주변 환경 중 아이들에게 영향을 직접 주는 요소가 바로 건축물 디자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건축물 디자인을 개인의 취향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주변 건축물은 누군가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얼마든지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새로 만들 수도 있고, 또한 앞으로 수십 년 사이에 새롭게 만들어질 것입니다.

달리 해석하면 세상을 더 좋은 장소로 만들 기회가 아주 많다는 것입니다.

도시, 건축, 조경, 토목의 디자인을 결정할 때 과거를 답습하고 경제 논리로 접근하는 경우 디자인은 나빠질 확률이 높습니다.

많은 아파트 건설업자는 아파트를 파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이후에 그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까지 고려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이 부족하고 주거 건물동 배치가 주민 친화적이지 않아 주민끼리 서로 소통할 기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 건축, 토목, 조경은 인간의 수명보다 길기 때문에 완성된 건축물이나 구조물은 건설에 관여한 사람들은 물론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의 삶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는 디자인이 사치품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디자인은 우리의 신체와 정신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같은 비용이라면, 좀 더 공을 들여서 디자인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주변 환경은 우리가 의식하는 것보다 훨씬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건축에서 느낀 감정과 추억은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도시, 건축, 거리, 공원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변화 속도는 매우 느려 알아채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건축에 대해 잘 모르거나 소유자가 아니기 때문에 딱히 주변 환경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아마도 자신이 주변의 건축물에 영향을 주거나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사람들의 건축에 대한 관심이 건축을, 도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물건을 선택할 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제품의 디자인만 보고 고르는 경향이 있지만,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은 소비자가 그런 물건을 원한다고 생각해서 계속 비슷한 물건을 만들어냅니다. 선택지가 주어져도 익숙한 자극을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을 고려한 건축이 엘리트의 영역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좋은 건축 디자인은 일반적인 건물에 예술을 덧붙인다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욕구와 권리를 보장하는 데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매일 공간 속에서 생활하며, 어떤 곳에서 무엇을 보며 사느냐에 따라서 시각과 삶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